▲ "문화시민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다"고 말하는 황상우 관장. 이현동 기자

 
개인 돈으로 문 연 민속박물관
'2019 박물관 길 위의 인문학'
“청소년들 흥미 느끼도록 배려”



"우리 민족의 생활 속에 녹아 있는 전통문화의 향기를 직접 느껴보고 체험할 기회를 드립니다."

지난 14일 본사 회의실에서 얼굴을 마주한 황상우(72) 김해한림박물관장.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마련한 '2019 박물관 길 위의 인문학' 사업에 따라 오는 4월부터 ‘내 손으로 만드는 전통 놀이’라는 프로그램을 선보이게 될 황 관장의 얼굴에선 해맑은 기운이 감돌았다.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부터 우리 조상들이 만든 밥그릇과 국그릇, 술병 같은 전통 생활용품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특히 제사상에 올라가는 나무 그릇들의 다양한 모습들이 신기하게 느껴졌었지요."

황 관장은 경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취미는 골동품 수집이었다.

젊은 시절 법조인의 꿈을 안고 사법고시에 도전했다가 낙방을 거듭하자 결국 뜻을 접게 됐다. 그는 새로운 길을 모색할 나이를 넘기는 바람에 함께 법학을 공부하던 친구들이 운영하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직장 생활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꿈을 이루지 못한 아픔을 조상들의 손때가 묻은 민속 문화재 사랑으로 달래던 것이 무려 500점이 넘는 골동품을 수집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보리와 콩, 깨 등을 타작하는 도리깨와 곡식을 찧고 가는 절구와 맷돌, 흙으로 만들어 숨을 쉬는 장독, 그림과 글씨가 새겨진 밥그릇과 술병…. 우리 조상들의 숨결이 스며들어 있는 민속 생활용품을 바라보면서 옛 선인들의 손기술에 감탄하는 일이 거의 일상처럼 다가왔다. 산골사람들이 이용하던 생활용품과 바다 마을에서 사용되던 도구 들이 전혀 다른 것처럼 좁은 국토에서 다양한 도구들을 수집하는 과정에선 신비로움 마저 느낀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했다.  

그런 황 관장의 삶이 지난 2017년, 운영난에 빠진 김해한림박물관을 친구와 함께 개인 재산를 털어 인수하면서 결실을 보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웃었다.

김해한림박물관이 오는 4월 1일부터 11월까지 운영할 '2019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전통문화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마련한 전통 놀이교실'이라고 소개했다.

전통 놀이교실은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1회당 최대 40명씩 모두 50차례에 걸쳐 무료로 진행된다고 했다. 초등학생의 경우 먼저 박물관에 전시된 각종 도자기 절구 맷돌 등 일상용품을 통해 우리 조상들의 의·식·주 생활을 설명한 후 제기차기 윷놀이 등 각종 전통 놀이를 소개한다. 이 과정에서 관람 학생이 직접 윷과 놀이판을 꾸며보고 게임을 시행하는 체험학습도 진행한다. 중학생은 직업 체험과 연계해서 목공예기능사제도에 대한 설명에 이어 목공예 펜을 이용한 놀이판 만들기 실습을 시행한다고 했다. 참여를 원하는 초·중학생은 반드시 사전 예약을 해야하며 참가비는 무료라고 했다.

우리 전통 놀이 문화의 소중함을 알리고 지역 청소년에게 새로운 문화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마련한 사업일 뿐이라고 수익성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온 사람이 뒤늦게 인수한 김해한림박물관을 운영하면서 '어려움은 없느냐'는 질문에 황 관장은 "어차피 수익성을 생각하지 않고 시작한 사업이 아니냐"며 웃었다.

문의 055-345-1016, 055-345-1216.

김해뉴스 정순형 선임기자 junsh@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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