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석중 i-LAC 학장이 기초 학문 교육의 필요성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나리 기자

 
"디지털 기술을 토대로 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무엇보다 창의성과 융복합 능력이 요구됩니다. 시대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역설적이게도 '고전', '기초 학문'이 필요합니다."
 
올해 들어 인제대학교의 교양교욱과정이 크게 달라졌다. 이수학점이 최소 27학점 이상에서 35학점 이상으로 늘었고, 스포츠·레크리에이션 등 예체능영역의 비중이 줄었다. 또한 기존 2학점이었던 교양 이수학점이 3학점으로 늘었다.
 

'i-LAC' 설립·교양교육 개편
인간·사회·자연 이해 위한 교육
폐과 위기 기초 학문 보호 기대



이 같은 변화는 지난 3월 설립된 '리버럴 아츠 칼리지(Liberal Arts College, 이하 i-LAC)'의 첫 걸음이다. 강석중 i-LAC 학장은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인간과 자연, 사회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교양교육이 필요하다"며 교양교육과정 개편의 취지를 설명했다.
 
'리버럴 아츠'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교양 있는 지식인'이 기본적이며 공통적으로 갖춰야 할 폭 넓은 소양, 학문을 뜻한다. 최근 인기를 끌었던 도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과도 유사한 맥락이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개념이지만, 미국에서는 17, 18세기부터 시작된 교육 시스템이라고 한다.
 
강 학장은 "미국의 종합대학 제도는 기초 학문을 4년간 수료한 후 전문 분야에 맞게 진학하는 형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전문인을 양성하는 미국 주립대학의 영향을 받아 전공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며 우리나라 대학제도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러한 현실은 대학이 직업능력 교육에 집중하는 반면 기초 학문을 등한시하는 쪽으로 이끌었다. 이같은 흐름 속에서 고전문학, 철학 같은 기초 학문은 인기를 잃었고 학과가 사라지는 경우도 있었다. '지식의 상아탑'이라 불리던 대학이,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한 중간 단계 혹은 수단으로 도태됐다는 평도 과장이 아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 형태와 방법으로 변해가는 4차산업 시대에 발맞추기 위해 기본의 중요성이 높아졌다는 것이 강 학장의 설명이다. 그는 "사회 여러 분야에 걸쳐있는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의 지식을 폭 넓고 깊이 있는 안목에서 조망하고 연결시켜주는 '지적 연결지평'이 요구된다"며 "이를 지향하는 교육이 '보편적인 지성교육'으로서의 교양교육이며 전통적으로 리버럴 아트 칼리지가 지향했던 교육"이라고 말했다.
 
인제대는 가장 혁신적인 교양교육 제도를 운영하는 학교로 변모해가고 있지만, 그동안 교양교육에서 모범적인 모습을 보였던 것은 아니다. 인제대는 지난해 대학교육협의회 부설기관인 한국교양기초교육원 진단에서 낙제점을 받아, 컨설팅을 통한 교양교육 개선에 뛰어들었다. 인제대만의 교양교육과정을 만들기 위해 '교양교육이 무엇인가'를 주 내용으로 하는 포럼도 4차례 진행했다.
 
그 결과 인제대형 리버럴 아츠 칼리지인 i-LAC이 설립되고, 교양교육원과 교양학부에서 나누어 담당했던 교양교육에 대한 연구와 교육이 일원화됐다.
 
그동안 '전공'과 '비전공'의 개념으로 나뉘던 교육과정은 교양교육, 전공교육, 선택교육(제2전공, 취업과진로, 예체능) 등 '3원 교육과정' 체계로 정리됐다. 교양교육에서 다룰 수 있는 교육의 깊이와 폭이 넓어졌으며, 수업계획서도 보다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재정비됐다.
 
교양교육과정은 문해 능력을 기르는 기초교육, 인간·자연·사회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위한 교양교육, 인제대학생이라면 누구나 알아야 할 소양교육으로 나뉘었다. 교과목을 예로 들면 '실용적 글쓰기'는 기초교육, '현대사회사상의 이해'는 교양교육, 현재 개발 예정인 '인술제세'는 소양교육에 속한다.
 
인제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단계적으로 교양 이수학점을 높이고 교양교육 과목을 개발하는 등 교육과정 개선을 진행할 예정이다. 학생에 따라 하나의 수업이 전공교과로 인정되기도 하고, 교양교과로 인정되기도 하는 '이중설강(Double Listing)'에 대한 계획도 세우고 있다.
 
또한 학부 형태로 리버럴 아츠 칼리지를 운영하고 학부 내에서 전공을 선택하는 학과 운영도 준비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를 통해 대학에서 자리를 잃어가는 기초 학문의 안정성도 확보될 것으로 기대된다.
 
강 학장은 "유능한 산업인력 양성을 위한 전공 교육과 학문적 성숙을 위한 기초 학문 교육을 병행하는 학업의 '투 트랙'에서 대학교육의 답을 찾고 있다. 이를 통해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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