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말하는 사람 자신의 내면세계를 표현하여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사용될 뿐 아니라, 말하는 사람의 품위를 나타내기도 한다. 어떤 의미에서 품격 있는 말은 민주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규범적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예로부터 '신언서판(身言書判. 사람됨을 판단하는 네 가지 기준. 신수(身手), 말씨(言), 문필력(書), 판단력(判)을 일컬음)'
읍내 나갔다가 길에서 O기자를 만났습니다. O기자는 현재 지방도시에서 발간되는 한 주간신문의 문화담당기자입니다. 오랜만이라 차라도 한 잔 하자며 찻집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으며 "요즘 그쪽 신문지면을 보면 O기자가 쓴 기사 분량이 부쩍 많던데 애 많이 들겠어요"라고 덕담 한마디 하였습니다. 그러자 O기자는 "일 많은 거야 낮에 취재
#1핵발전소 붕괴 사고가 일어나고 한 달 남짓 지난 지난해 5월. 한·중·일 3국 정상회담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과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 그리고 일본의 간 나오토 총리가 후쿠시마의 한 대피소에서 그곳에서 생산된 채소를 함께 시식하는 모습이 뉴스에 크게 나왔다. 자국민과 주변국 국민들의 불안감을 잠재우려는 일본 측의 무리
학급문고와 만화책으로 허기를 달래며 학창시절을 보낸 내게, 아무리 보고 또 봐도 볼 것이 있는 도서관은 기적의 장소였다. 이십 대의 한 시절, 부산 서면의 시립도서관은 그런 점에서 상징적인 곳이었다. 책을 살 형편이 되지 않았던 탓도 있지만 금서가 많던 시절이었다. 도서관에 가면 금서를 볼 수 있다는 것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다. 그때 읽은 책 중에서 특
부산 구포에서 김해로 진입하는 국도 상에 낙동강을 가로질러 선암다리가 놓여있고, 김해 쪽 방면에 '가락국의 고도(古都)' 김해를 알리는 돌비석이 서 있다. 김해는 이처럼 역사와 문화가 숨쉬는 도시다. 뿐만 아니라 김해는 우리나라 최대의 씨족인 김해김씨의 본향(本鄕)이며,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넓은 김해평야와 두 번째로 긴 낙동강이 굽이쳐 흐르고 있다.
선거가 중반전에 접어들었습니다. 한 2주 전인가? 우리 마을에 사는 젊은 친구가 불쑥 찾아와 다짜고짜로 모 정당의 후보경선인단 등록을 좀 해달라고 요구하였습니다. 내가 어느 후보를 지지하는지 어느 정당을 선호하는지에 대한 내 의향은 아랑곳없이 같은 마을에 산다는 안면 하나만으로 그냥 밀어붙이고, 더구나 그런 행위를 당연시하여 아연실색한 적이 있습니다. 또
얼마 전, 신문에서 푸틴의 사진을 보았다. '대통령직 3선에 도전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4일(현지시간) 대선 투표 종료 후 크렘린궁 옆 마네슈 광장에서 집회를 갖고 자신의 승리를 선언한 뒤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AP발로 연합에서 받은 사진이었다. '러시아 대선은 푸틴의 압승으로 끝났다. 강한 러시아를 열망하는 러시아 국민들의 바람이
도요마을에 산 지 2년이 다 돼 간다. 고향이다 보니 여기저기 안면에 걸리는 경우가 많아서 내가 되도록 몸을 사리고 사는데 비해 남편은 신바람을 내며 살고 있다. 도시에 살 때는 십 년이 지나도록 옆집 사람 얼굴도 모르더니 여기선 마을사람들한테 하도 인사를 잘 하고 다녀서 사람이 어쩜 저리 변한담 싶다. 이웃해 사는 사람들이야 그러려니 하지만 마을사람들 모
언젠가 '타임'지에서 세계 100대 기업 시이오(CEO)들을 대상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덕목이 무엇이냐'고 묻는 설문조사를 했다. CEO들의 답변은 건강(health), 긍정적인 생각(positive thinking)과 소통능력(communication skill)순이었다. '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고, 친구를 잃으면 많이
나는 전화를 짧게 하는 편입니다. 나는 전화 주고받는 것도 서로 번거로울 수 있다는 노파심에 화급한 사안이 아니면 문자메시지나 이메일로 대신합니다. 전화 통화는 감정이 개입하고 그 조율도 염두에 둬야 하니 신경 쓰입니다. 나는 또 근래 와서는 집 전화는 거의 사용 않습니다. 전화기가 있는 자리로 가는 것 보다는 호주머니에서 꺼내거나 곁에 있는 휴대폰이 손쉽
방학하자마자 또래의 사촌이 함께 모였다. 어린 시절이다. 그때의 방학은 방학이란 글자의 뜻 그대로. 공부로부터 완전히 방. 놓여났었다. 약속이 없어도 생림의 할아버지 집이 집합장소였다. 여름에 멱을 감던 마을 앞의 개울은 겨울 방학이 되면 얼어붙어 또 다른 놀이터로 변했다. 모든 것이 지금보다 다 좋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공부 안하고 노는 것만큼은 확실히
학교 폭력이 문제라고 시끄럽다. 어제 오늘 일도 아니건만 폭력을 견디다 못한 학생이 목숨을 던지자, 말세라도 다가온 듯 난리다. 어린 학생이 목숨을 던진 게 처음도 아닌데 이제야 슬슬 겁이 나기 시작하는 모양이다. 토론을 하고 전문가 의견을 듣고 특집을 기획하고 수선을 피우더니 예방책이니 시책이니 하는 것들이 제시되는 가운데, 교사의 책임을 물어 수사하는
동장군이 물러가기에는 아직 멀었어도 절기론 입춘이 지났으니 새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오래된 어느 봄날이었습니다. 교장실에서 창밖으로 다가오는 봄기운을 즐기고 있던 교장선생님의 시야에 운동장 한 켠에서 하늘을 보고 누워있는 한 무리의 학생들이 보였습니다. 교장선생님이 무슨 일인가 싶어 부랴부랴 운동장으로 나가보니 누워있는 학생들의 곁에는 화판이 하나씩 놓여
'동방의 등불/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 시기에/빛나던 등불의 하나였던 코리아,/ 그 등불 다시 한 번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중략…/내 마음의 조국 코리아여 깨어나소서/ 이 시는 시집 '기탄잘리'를 펴내 동양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타고르가 1929년 일제치하에서 신음하고 있던 우리민족에게 던진 희망
입 냄새가 고민인 사람이 많다. 사람은 저마다 각기 다른 몸의 냄새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은 정상이다. 하지만 어떤 냄새는 요주의다.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질병의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뇨병은 아세톤이라 부르는 달콤한 과일 향을 가지고 있다. 생선 비린내가 나는 경우 간에 생긴 문제의 신호일 수 있다. 구린 암모니아 냄새가 나면 신장에 혹은 간에
한나절을 써 가며 콩고기를 만들었다. 누가 가을에 거둔 콩이라며 주기에 저걸로 뭘 하나 궁리하던 중에 문득 콩고기에 꽂힌 것이다. 일부러 시내까지 가서 부족한 재료를 사고 콩을 불려서 갈고 부산을 떨고 있으니, 옆에선 요즘 소값이 떨어져 축산 농가는 울상이라는데 쇠고기 소비촉진에 나서지는 못할망정 난데없이 왠 콩고기냐 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유별난 채식
새해 입니다. 대개의 소시민들이 새해를 맞으면 저마다 지난 한 해 동안 살아온 삶의 발자취를 돌이켜 보며 아쉬웠던 점에 대해 반성을 하고 새로운 한 해에 대한 각오와 소망으로 마음을 다잡곤 합니다. 필자의 경우에도 마찬가집니다만 결과는 항상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그런데도 필자는 이 같은 다짐과 소망을 매해마다 반복 설정합니다. 이런 필자의 소이가 무릇 지난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편의'와 '복리증진'을 위해 존립·활동하는 행정주체이다. 따라서 행정주체의 활동에 드는 비용은 그 구성원인 주민이 내는 세금에 의존한다. 하지만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20여년이 흘렀지만 우리는 2할 자치·3무(재원·권한·인재) 자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즉 권한·
한 해가 또 저물어 간다. 하루가 끝나고 어둠과 함께 하늘을 채색하는 일몰의 빛은 쓸쓸하기는 하나 한편으로는 삶을 지탱하여 주는 따스함이 있다. 한 해의 끄트머리도 마찬가지이다. 물러가는 시간은 아쉬움을 주지만 다가오는 시간들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우리를 일으켜 세운다. 어찌 보면 우리의 하루하루는 절망과 희망의 교차이며 기대와 낙담의 혼합이고 삶과 죽음의
김해는 1980년대 초만 해도 참 아름다웠다. 그야말로 당시에 내가 썼던 '김해는 아름다워라'라는 시처럼, 연두의 바람이 불고 초록들판에 왜가리가 외발로 서 있던 곳이었다. 포플러가 온 몸을 바람에 내맡긴 강둑도 있고 삘기 꽃이 하얗게 흔들리고 메기가 튀어 오르던 강변과 하얀 모래사장도 있었다. 그래서 김해를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하고 터를 잡아 산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