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마 끝이 많이 맵다. 몇 주 전까지만 하더라도 축축한 햇살과 이끼 낀 바람과 핸드폰 줄에까지 달라붙은 습기만 없다면 모든 걸 다 참아 줄 수 있으리라 장담했건만 대단한 오만이었고 착각이었다. 연일 이어지는 눌러 짠 듯한 농축된 더위는 사람을 육체적으로 지치게 만들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일상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운동을 하려던 의지, 무언가를 배워보고
얼마 전 의뢰인이 씩씩거리면서 사무실로 들어온 적이 있다. 사유를 물으니, 조정실에서 판사가 '시키는 대로' 조정을 하라고 계속 강요하여 일방적으로 본인에게 불리한 조정을 하였다는 것이다. 필자가 소송대리인으로 지정된 사건이고, 당사자에게 몇 번이나 불리한 조정에는 응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 사건이어서, 필자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의뢰인은 억울함을
평소 친분이 있던 인사가 주최한 체육행사 개회식에 참석하였다. 주최 측이 내빈석으로 안내했다. 그런데 정작 내빈소개에서 필자의 이름은 빠졌다. 머쓱했지만 조금 전의 장면이 떠 올랐다. 그날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참석한 행사였는데, 담당 공무원이 먼저 도착해 주최 측의 진행 시나리오를 사전검열(!)하였다. 그리고 굵은 싸인펜으로 좍좍 줄을 긋기 시작했다. 필시
조광현 부산백병원 전 병원장, 흉부외과 교수
크고 작은 일들로 우울한 요즘이다. 아이 셋을 둔 그녀의 절박함을 아는지라 더욱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마음이 울적해지면 시집(詩集)만큼 좋은 처방전도 없는 것 같다. 나란히 걸어가는 행과 행 사이의 무수한 언어들을 유추하다보면 어느새 내밀한 시인의 마음결을 따라가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한 편, 두 편…. 시어가 명징해질수록 내가 슬픈지 우울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 청구에 관한 법원의 판결이 자주 언론에 거론된다. 얼마 전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관리하고 있는 종합편성채널, 보도채널의 승인심사자료 등 정보를 공개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서울대 총학생회에서는 최근 서울대 초빙 교수로 임용된 나경원 전 국회의원의 교수 임용 관련자료를 학교에 요청하였다가 거절당하자, 총학생회가 서울대를 상대로 정보공개
적어도 김해의 5월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달이다. 4주기를 맞이해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김해를 찾았다. 노 전 대통령의 재임 중 특히 임기말 인기가 최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다. 오죽하면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재임 중에는 그렇게 욕을 하더니…"라고 농담을 할 정도였을까. 우리 국민은 대통령이 평범한
지난 5월 5일 손자 손녀를 데리고 어린이 공원으로 놀러 갔다. 천진난만하게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사람들의 얼굴에 저마다 미소가 가득했다. 아이들! 얼마나 좋은가. 그런데 우리나라 출산율이 낮아 걱정이라니…. 우리나라의 신생아 출산율(인구 1천 명당 신생아 수)을 2009년 기준으로 보면 OECD 국가 평균 1.7에 크게 못 미치
겨울의 끝자락이 워낙 길었던 터라 두꺼운 옷을 넣었다 다시 꺼내기를 반복하는 동안 도둑맞은 것처럼 봄이 사라져버렸다. 봄의 민낯을 볼 겨를도 없이 날카로운 햇살로 무장한 여름과 대면하고 보니 무엇이든 느닷없고 갑자기 닥치는 것들과의 만남은 반갑기보다는 어색하고 불편하다. 사람들과의 부침이 좀 더 세련되고 매끄러웠다면 그 불편함이 훨씬 덜 했을 터인데 새삼
최근 한 판사가 12세 된 성폭력 피해자를 신문하는 과정에서 막말을 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은 피해자의 '법률조력인'을 통해서 언론에 알려졌고, 그 후 해당판사의 해명 및 서울변호사협의의 재발 방지 대책 촉구가 뒤따랐다. 지난해에 시행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관련 조항에 의하면 아동이나 청소년이 성범죄 피해를 입은 경우 변호
몇해 전, 서울의 청계천 복원공사가 끝났을 때 반응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청계천을 처음 본 사람들은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조그만 하천을 복원한 것일 뿐인데, 뭘 이렇게 호들갑이냐'는 반응이 있었다. 반면, 청계천이 콘크리트로 덮여 있었고, 그 위에 무수한 차량이 지나다니는 도로가 고가도로를 포함해 이중으로 되어 있었고, 고가도로 아래는 포장마차를
경남도립 진주의료원 폐업 논란으로 세간이 떠들썩하다. 사건의 발단은 경남도가 지난 3월 경영부실로 해마다 수십억 원의 적자를 낸다고 판단한 진주의료원에 대해 폐업결정을 내린 데 있다. 인건비가 수익의 85.6%에 달하는 현실에서 아무리 도민의 혈세를 투입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이 경남도의 판단이라고 한다. 대학병원 경영의 일선에서 일해 본 필자의 견해로는 인
며칠 전의 일이다. 자정은 훨씬 지난 것 같고 그렇다고 새벽녘도 아닌 것 같은, 딱 꿈꾸며 달게 숙면을 취하기 좋은 그런 시간에 방문이 벌컥 열렸다. 잠귀가 밝은 편도 아니면서 그날따라 팽팽한 트램펄린의 탄성처럼 나는 무의식적으로 감겨진 눈꺼풀을 치켜 올렸다. 어둠 속에 '엄마'하며 커다란 덩치 하나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리고는 무서운 꿈을 꾸었다고
최근 법률 영화가 유행이다. 영화에서는 항상 피의자의 변호사가 범죄사실에 대한 처벌을 피할 목적으로 검사에게 청탁을 한다. 피의자는 불기소처분을 받고,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범죄를 저지른다. 최근에는 실제로 현직검사가 피의자의 불기소청탁과 관련된 범죄를 저질러서 실형을 선고 받는 일까지 있었다. 그렇다면 영화에 등장하는 이런 일들이 실제로 발생하는 것일까?
3년 전 한 여론조사기관에서 김해 시민 10명 중 4명이 교육 때문에 이사를 가고 싶어한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실제로 필자의 주위에서도 자녀 교육 걱정 때문에 창원이나 부산지역으로 주소를 옮긴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성적 상위권의 학생들 중 상당수가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고 있어서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는 통계도 있다. 사정이 이러니 김해
원고 의뢰를 받았을 때, 어릴 적 고향 풍경과 친구들 생각이 났다. 그래서 첫 칼럼의 소재를 고향이야기로 잡았다. 나의 고향은 김해시 장유면. 어느 날 고향 친구 Y가 부산백병원 진료실을 찾아왔다. Y는 평생 고향을 지키며 살고 있다. 그날 보니, 머리칼은 반백이고 얼굴 곳곳에 골이 깊게 패였다. "어디가 아픈가?" 나는 지레 짐작으로 걱
열어 놓은 창 사이로 슬며시 들어앉은 햇살이 참 곱다. 옹알이하듯 툭툭 터지는 봄 눈 사이로 살랑대는 바람도 꽤나 곰살맞다. 더디게 오는 것 같아도 봄은 벌써 어여쁘게 아장아장 걸음마를 내 디디며 겨우내 그냥 나무였던 나무들에게 저마다의 이름표를 달아주고 있다. 너는 산수유, 너는 개나리, 너는 목련, 매화… 덩달아 우우거리며 샐쭉한 얼굴을 내
잊을만 하면, 언론에서 보험금을 노린 보험사기와 살인 사건을 보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창원시 마산에서 선, 후배가 가해자와 피해자로 역할을 나누어 거짓 교통사고를 내고 보험금을 탔다가 체포된 사건이 있었다. 김해에서도 불필요한 수술을 하거나, 수술을 하지 않았으면서도 보험금을 부당하게 청구했다가 병원장이 구속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 병원에서는 600여 명의
김해의 한 중소기업 사장께서 필자의 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다. 10만㎡(3만 여평)의 부지와 각종 시설을 둘러 본 후 훌륭하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다. 게다가 1년 과정의 경우 학비는 물론 먹는 것, 자는 것, 입는 것까지 모두 국가에서 지원한다고 하니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금은 누구나 본인이 원하면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시대이니, 요즘
지금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큐빅하우스에서는 어린 아이들도 좋아할만한 흥미로운 전시가 열리고 있는데요. 바로 展으로, 이 전시는 움직임, 시간, 기억, 소리 등을 매개로 작업하는 정혜련, 정만영 작가의 키네틱아트 작품들을 통해 관람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공감을 끌어낸다는 의도로 기획되었습니다. 전시가 이루어지는 큐빅하우스는 2012년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