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철진 생명나눔재단 사무총장

서지현 검사의 고백으로 시작된 미투(Me Too) 운동이 문화예술계, 종교계를 넘어 사회 전반으로 더욱 거세지고 있다. 미투 운동은 성폭력적 문화를 묵인해 온 한국 사회에 커다란 움직임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은 그들의 아픔을 공감해 주고 피해자의 편에 서겠다는 지지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고 한다.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아물지 않는 상처를 용기 있게 꺼낸 피해자들에게 우리는 어떤 응답을 해야 할까? 잠깐의 이슈가 아닌 성문화를 바꾸고 성폭력이 되풀이 되지 않게 하려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사회 구조를 바꿔내야 할까?
 
요즘 언론에서 자주 등장하는 성폭력 가해자는 권력을 가진 일부 지도층 남성들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 한 부분만의, 한 계층만의 일탈일까? 불행하게도 성폭력 가해자는 사회전반 곳곳에 깔려있다. 교육 현장이나 직장 등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일상화, 일반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미투 운동이 일상으로 파고들어 더 많은 고백이 이어져야 하고 더 울려 퍼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투 물결이 한창이지만 여전히 자신이 당한 성폭력을 말 할 수 없는 피해자들 또한 많다. 유명인들의 성폭력은 사회적 처벌과 사법적인 처벌이 이뤄질 수도 있지만 평범한 직장 내에서의 성폭력 문제는 피해자가 일자리를 던져버릴 각오가 아니라면 쉽게 꺼낼 수 없다.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나 목격자가 피해사실을 알림으로 인해 해고나 인사 불이익 등에 두려움을 안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몇몇 기업에서의 사례처럼 성폭력 피해자들은 대부분 나이 어린 여성이거나 일자리가 불안정한 비정규직 등 권력구조 맨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오랜 시간 권위적, 남성 중심적, 상하관계 등 조직을 우선시 하는 기업문화가 일반화 되어버린 직장 내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한다면 성폭력으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 없다.
 
현재 미투 운동은 여론재판, 피해자 노출, 펜스룰 같은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정치권에서의 음모론, 사실부정 등 본질이 훼손, 왜곡되고 2차 피해가 양산되고 있다. 그러나 미투 운동의 거대한 물줄기는 바꿀 수 없을 것 같다. 미투운동은 한국사회의 왜곡된 성문화와 남성의 여성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건전한 사회민주주의 운동으로 한 단계 더 발전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지금대로라면 권위에 의한 폭력 앞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상처의 고통과 두려움으로 말하지 못하는 피해자들을 위해, 우리 모두의 응원과 힘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지만 겨우 한 발짝 내딛었을 뿐이다.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위드 유(With you·함께 하겠다) 바람이 남성들 사이에서 불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미투 운동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이 박혀있는 성차별, 성폭력, 여성 억압 등을 걷어 내기 위해 뼈 시린 고통을 기꺼이 받아 들여야 한다.  그래야만 절대 다수가 바라는,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성 평등, 성적 자기 결정권 등 민주주의의 근본정신이 견고하게 뿌리 내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미투 운동의 주된 목표는 남성 우월주의, 마초주의를 비롯한 권력 지배주의, 패권주의 등 부도덕한 사회의 개혁이다. 견고하게 굳어져 내려온 관습, 무지, 그릇된 성 인식, 불평등적 제도 등 우리 사회에 고착된 모순을 근원적으로 고치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모두의 마음을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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