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의 고향 낙동강의 옛 모습과 젊은 시절 구상. <사진출처=구상문학관>

 

북에선 부르주아적 예술지상주의
남한에선 '국가보안법 위반' 구속

결핵으로 요양위해 찾아간 왜관
강물 바라보며 마음 씻는 '관수재'




낙동강에 가슴을 묻고 영원을 노래했던 시인 구상을 기념하는 문학관은 경북 칠곡군 강변 마을에 자리 잡고 있었다.
 
문학관 마당에는 시인의 작품이 새겨진 시비가 서 있다.
 
"오늘 마주하는 이 강은/ 어제의 그 강이 아니다// 내일 맞이할 강은 / 오늘의 이 강이 아니다// 우리는 날마다 새강과 새사람을 만나면서/ 옛강과 옛사람을 만나는/ 착각을 한다.”
 
한번 흘러가면 돌아오지 않을 강물을 바라보며 영원을 노래했던 시인 구상. 전시실로 들어가면 시인이 살다간 발자취를 기록한 연보가 걸려 있다.
 

▲ 왜관 시내에 자리잡은 구상문학관 전경.
▲ 문학·예술인의 사랑방이었던 관수재.
▲ 구상문학관 안에 있는 북카페.

 
3·1 독립만세 운동이 벌어졌던 1919년 서울 종로구의 천주교 집안에서 태어나 네 살 때 이사 간 함경남도 문천군에서 자랐다는 대목이 눈에 들어온다. 스물여섯 살 때 8·15광복을 맞이한 시인은 이듬해 원산문인협회가 펴낸 해방기념 시집에 발표한 작품 '길', '밤', '여명도' 등이 현실 도피적인 예술지상주의 성향을 띠고 있다는 북한 신문과 방송의 비난을 견디지 못하고 남한으로 내려온다. 그때 함께 내려오지 못했던 형 문태준 신부는 북한 당국에 처형되는 순교자의 길을 걸었다는 사연이 이어진다.
 
그런 아픔을 겪고 남한으로 내려온 시인의 삶도 평탄하지 못했다. 이승만 독재 정권의 횡포가 극에 달하던 1959년, 잘못된 현실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던 시인에게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올가미가 씌워진 것이다. 검찰로부터 징역 15년을 구형받고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시인은 최후진술에서 당당하게 말했다.
 
"만약 내가 조국을 팔았다면 징역이 아니라 사형을 달라"

 


 
그렇게 진행된 재판 결과는 무죄. 하지만 그 과정에서 무려 6개월 동안 감옥 생활을 했던 시인이 작품을 통해 드러낸 정서는 평온했다.

"나는 내가 지은 감옥에 갇혀 있다(중략)/ 저마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날 때/ 세상도 바로 보이고/ 삶의 기쁨도 맛본다."

▲ 단란하기로 소문났던 시인의 가족.

가히 구도자에 가까울 만큼 담담한 자세로 세상을 바라보았던 시인 구상이 전혀 연고가 없는 경북 왜관에 터를 잡고 20년 이상 살았던 배경은 건강 때문이었다고 했다. 6·25 전쟁이 끝날 무렵, 폐결핵을 앓던 시인을 위해 의사였던 부인이 터를 잡은 곳이 왜관이라고 했다. 시인이 강을 주제로 연작 시 100여 편을 발표한 것도 우연이 아닌 것 같다.
 
전시실 뒤편으로 나가면 조그만 한옥이 있다. 기와 지붕이 아담한 촌집에는 관수재(觀水齋)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흐르는 강물에 바라보며 마음을 씻는다"는 뜻을 담은 현판이라고 했다. 시인이 머물면서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는 친구들과 이야기꽃을 피웠던 '사랑방'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그중에서 가장 단골손님이 천재 화가 이중섭이라는 설명이 이어진다.
 

▲ 시인이 남기고 간 만년필과 안경을 비롯한 유품.

 
관수재를 걸어 나오면 낙동강이 흐른다. 어렵던 시절 시인의 가슴을 적셔주었던 낙동강을 노래한 연작시.
 
"아지랭이가 어물거리는 강에/ 백금의 빛이 녹아 흐른다// 나룻배가 소년이 탄 소를 /싣고 온다// 아물거리는 철교 위에서/ 화통차가/ 목쉰 소리를 낸다."
 
흐르는 그 강물을 따라 시인 구상은 우리 곁을 떠나갔지만, 그가 남긴 노랫말은 아직도 우리들 가슴에 남아 있다. 강 건너 마을 지나 아련히 멀어져 가는 열차가 남긴 여운처럼….
 
김해뉴스 /왜관=정순형 선임기자 junsh@


*찾아가는 길
△ 경북 칠곡군 왜관읍 구상길 191.
△ 부산·대구 고속도로(82㎞)를 타고 가다 경북고속도로(32㎞)를 타고 가면 된다. 약 1시간 30분 소요.

*관람 시간
① 화~금요일 : 오전 9시~오후 6시.
토요일 : 오전 9시~오후 5시.
일요일 : 오전 10시~오후 6시.
② (매주 월요일과 법정 공휴일은 휴관) 054-979-6447.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