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포천 지킴이'를 자처하는 송기철 에코한림 고문은 "화포천 습지를 보존하려면 폐수 유입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미진 기자


황새 '봉순이'에 환경 운동 결심
매월 1회, 정화작업과 모니터링
화포천 인근 공장 등 제한 시급



"황새와 사람이 함께 즐기는 화포천을 만들고 싶습니다."

김해시 한림면을 중심으로 화포천의 파수꾼을 자처하는 송기철(65) 에코한림 고문. 2017년 10월 화포천이 국가습지보호지역·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1년 2개월 만에 야생 황새가 날아왔다는 소식을 접한 송 고문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건너갔던 아버지가 8·15해방과 더불어 돌아온 김해에서 태어나서 자랐다는 송 고문. 부산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물류 회사 대한통운에서 트레일러 기사로 일하다가 2년간 사우디아라비아 파견돼 중장비 기사로 일한 후 스물일곱 살 때부터 고향으로 돌아와 농기구대리점을 운영했다는 한림면 토박이 송 고문이 화포천 살리기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지난 2014년부터라고 했다. 당시 일본 효고현 환경단체가 날려 보낸 황새 봉순이가 화포천에서 발견된 사실이 한·일 양국 매스컴을 타면서 “화포천 생태 환경을 되살리는 일에 나설 것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일본에선 민간 환경 단체들이 다리에 이름을 적은 황새로 이웃나라 하천의 생태까지 모니터링하는데 화포천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한림면 주민들이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날부터 가까운 이웃들을 설득하는 작업에 착수한 송 고문은 2개월 뒤인 2014년 12월, 뜻을 같이하는 동지들과 함께 사흘간 1일 찻집을 열고 '한림면 음악 동우회원'이 자선공연을 하는 행사를 통해 모은 돈 2000만원으로 첫 간판을 내건 것이 바로 오늘의 에코한림이라고 했다. 그렇게 출범한 에코한림은 화포천 지킴이 역할을 담당할 자원봉사자를 모집, 회원별로 담당 구역을 할당해 매월 1번씩 정화 작업을 비롯한 모니터링을 계속했다. 공장 폐수나 오염물을 내려보내는 업체나 축산 시설을 추적해서 고발하고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 주요 업무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중앙정부를 상대로 화포천을 국가습지보호구역 및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촉구하는 건의서를 지속적으로 보낸 노력이 2017년 10월에 결실을 본 다음 최근에는 야생 황새들까지 날아오는 쾌거를 이뤘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해 시민들이 함께 여가를 즐기는 화포천이 되기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했다. 한 번씩 폭우가 내릴 때마다 상류 진례와 진영 지역에서 흘러내려 온 생활 쓰레기가 화포천을 뒤덮는 바람에 회원들이 정화작업에 진땀을 흘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들어서는 공장들과 돼지 축사 등에서 흘러나오는 폐수를 100% 방지하기는 역부족인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그 대안으로 송 고문은 "화포천에서 일정 거리 이내에는 공장과 축산시설을 운영하는 것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렇게 화포천 살리기에 식지 않는 열정을 보인 송 고문이지만 가족 관계를 묻는 말에는 웃음이 가득한 표정으로 답했다. 출가한 큰딸은 김해지역 고등학교 수학교사, 둘째 딸은 함께 한림지역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으며 유일하게 미혼인 아들은 부산 대기업에 취업해 사실상 큰일은 마무리한 상태라며 은근히 자랑했다.
 
마지막 소망을 묻는 말에 송 고문은 "자연 하천이었다가 일제강점기에 제방을 쌓으면서 습지로 변한 화포천이 전 국민이 찾아오는 생태 관광지로 자리를 잡는 날이 온다면 '화포천 살리기 운동'에 방점을 찍는 순간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정순형 선임기자 junsh@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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