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통 속옷 가게


이 윤


밀양강 다리를 건너 전통시장을 들어서니
타임 투 세이 굿 바이 ~
이 음악을 따라 가니 속옷 가게 앞이다
가게 앞에 놓인 낡은 의자에는
스피커가 놓여 있고
문 앞에는 여성 속옷이 즐비하다
특별할 일도 없이 여기는
아버지 파자마 같은 시간이 흐르고 있다

비닐 위에 반짝거리는 저 물은
누가 버린 것일까
물 위로 반사된 여성 팬티 한 장이
행인의 발에 툭 차인다
주위를 둘러보면 뽕짝이 터질 듯하건만
지나는 행인을 들어오게 하는 저 마력은
호기심투성이 나는 그저 지나칠 수 없었네

진홍빛 나팔꽃을 휘두르고 서 있는
저 야한 여인은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지

클래식을 틀어 놓은 세월이 몇 년째라는
조신한 인상의 여 주인장, 써억 반기며
차 한 잔을 주신다
 


<작가노트>

“시장이나 가볼까…”


흔히들 이렇게 말한다. 시장이나 가볼까.

시장(市場)의 사전적 기본 의미는 물건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일정한 장소이다.

'시장' 뒤에 '거리'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통'을 붙여 '시장통'과 같이 쓸 수 있다.

아득한 옛날부터 지금까지 시장은 사람들의 삶과 떼어낼 수 없는 한 영역으로 존재하여 왔고, 그것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무릇 우리들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 온 포괄적 개념들의 의미를 밝히기는 쉽지 않듯이, 시장의 뜻도 부족함이 없이 밝히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 이 윤 시인

 ·경남 밀양 출생
 ·2011 창조문학신문 신춘문예 신인상
 ·2017 시집 <무심코 나팔꽃>
 ·김해문인협회 편집장
 ·한국작가회, 경남작가회, 밀양문학회 회원
김해뉴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