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병열 김해의생명센터 연구기획팀장

"제일 먼저 뭘 하지?"

의생명 산업 정책을 발굴하는 필자가 어느 날 갑자기 의생명분야 창업을 제안 받게 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터져 나올 것 같는 발언이다. 연구개발을 한 다음 임상시험을 거쳐서 의생명 시장에 저렴한 가격으로 내어 놓는다고 해서 잘 팔리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쳐서 창업을 시작하는 것이 성공할 확률을 높여 줄 것 같다. 

먼저 창업 아이템을 정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신기술을 인증 받아서 비급여 품목으로 진출할지 아니면 기존 급여 품목에서 가격경쟁력과 편의성으로 승부할지부터 결정해야 한다. 두번째는 기술을 공급해 줄 곳과 아이템을 생산할 곳을 물색하는 일이다. 그 아이템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병원의사와 중개판매상에게 자문을 구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해당 아이템이 임상시험을 필수적으로 거쳐야하는 품목인 지도 확인해야 한다. '임상시험'이 필수적인 항목이라면, 가능한 사양하는 것이 좋다. 결과를 도출할 때까지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창업 아이템을 결정했다면 위탁생산(OEM)을 할지, 직접 생산할 지를 결정해야 한다. 시장 반응에 대한 위험성을 줄이면서 유지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는 OEM 방식을 택하는 것이 좋다.

사업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면 병원 판매망을 도와 줄 특화센터에 입주하는 것이 유리하다. 식약처 제조업 인증형 GMP 공간이 있다면 최고다. 시제품이 나오면 의사들의 의견을 들은 후 판매망이 넓은 도소매 중개상인을 만나야 한다. 최종 납품가액을 결정하기 위한 절차다. 여기까지 일이 진행된다면 사업자 등록증을 발급받아서 판매에 나서는 단계에 진입하면 된다. 그 과정에서 매출이 저조하고 시장의 반응이 우호적이지 않다고 판단되면 재빨리 포기하고,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 다행히 매출이 처음 의도한 만큼 순조롭게 나오기 시작한다면, 새로운 아이템(IR)을 추가하며, 벤처투자(VC)를 통한 자금확보, 의생명산업 지원사업 신청 등으로 직원채용을 고려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김해시와 의생명센터가 할 일은 무엇일까. 첫째, 새로운 병원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창업자의 아이디어에 따라 샘플까지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논스톱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물론 품목에 따라 어려움이 많으리라는 전제 하에 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제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한 템포 빠르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지역 대학과 국책연구소 등을 활용해서 성공가치를 공유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김해 의생명센터가 보건복지부 사업으로 수행하고 있는 창업인큐베이터사업의 수도권과 지역 병원임상연계로 아이디어와 벤처투자(VC) 플랫폼을 구축하고, 시제품을 만들 수 있는 전문가를 채용해서 기업지원을 수행한다면, 성공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전통 기계제조업에서도 업종전환의 속도가 더 커질 것은 당연한 이치다.

현재 김해의생명센터는 입주가 100% 완료된 상태다. 향후 2년간은 센터 내에 입주할 공간이 없다. 이에따라 기업유치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의생명은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고,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분야다.

현재 김해에 있는 59개 의생명기업이 200개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공간 확보가 시급하다. 김해시가 나서서 저렴한 제조공간을 기업에게 제공해서 의생명기업들이 지역에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유도하는 혁신정책을 마련해야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김해시의 통큰 투자가 필요하다.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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