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사전에 '개방'이란 '어떠한 공간 따위를 열어 자유롭게 드나들고 이용하게 함'이라고 되어 있다. 일국이 국경을 허물고 외국의 문물을 거리낌 없이 받아들인다는 것은 국가 존망이 걸릴 수도 있어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니다. 자국의 전통적인 것을 유지하고 보호하는 것 보다 개방과 변화의 해외 문명을 무조건 받아들인다는 것이 반드시 최선의 선택이라고 할 수도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국가의 문호를 개방하는 것 보다 강제적이고 타의적으로 개방을 당했을 때의 폐해는 엄청나다는 것이다. 우리에겐 두어 차례의 뼈아픈 역사적 사건이 있다.

흥선 대원군은 서양의 새로운 사상이 왕권을 약화시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천주교를 박해하고 프랑스(1866 병인양요)와 미국(1871 신미양요)의 통상 수교 요청을 거부했다. 결국 일본이 운요호 사건(1875)을 일으키고 불평등한 조일수호조약(1876)을 체결해 조선 식민지의 첫발을 내딛는 빌미를 제공했다.

또 다른 사건은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때였다. 태국 바트화가 폭락하면서 한국에서도 대량의 달러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국가 부도위기에 처했다.

한국은 당연한 듯이 종전처럼 미국에 도움을 청했으나 이번에는 미국의 태도가 달랐다. 문제는 한국이 선진국들의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1996)까지 하면서 외국자본에 대한 금융시장 개방이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심지어 도움을 줄 의사가 있었던 일본에까지 압력을 가했다.

마치 술을 마시고 대리기사를 불렀는데 음주 운전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대리기사가 콜을 무시한 격이다. 부득이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고 경제주권을 포기하며 혹독한 대가를 치루었다.

결국 미국 월가자본 '론 스타'는 한국에서 수조 원의 시세차익을 누리고 떠나 먹튀자본 논란을 일으켰다. '론 스타’는 당시 한국 정부의 부당한 개입으로 손해를 입었다고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소송을 제기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정보통신이 발달한 지금의 글로벌 시대에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우주항공 등의 디지털 산업 문명을 수용할 일국의 개방적 마인드와 환경 조성이 새로운 이슈가 되고 있다. 어느 나라가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생태계 플랫폼을 주도적으로 만들고 혁신 성장의 뿌리를 내리게 하느냐가 관심사이다.

중국에서는 택시업계의 반발에도 우버를 맹추격하는 최대의 차량공유서비스 기업이 탄생했고 아시아 시장을 넘보고 있다. 일본은 첨단기술 규제 완화 국가전략특구를 만들어 일반도로에서 자율주행차 시험이 자유롭다. 도쿄에서는 우버가 5년 안에 '하늘을 나는 택시 사업'을 할 예정이고 도심에서 드론으로 화물을 운송토록 운송법도 개정 중이다.

한국에서 우버는 철수 당하고 수소차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생산하고도 온갖 규제와 기득권 반발에 고사 위기에 있다. 게다가 개인정보보호법에 발이 묶인 빅 데이터 산업,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 산업은 사기성 산업으로 규정되고 있다.

달걀은 스스로 깨고 나오면 병아리가 되지만 남의 손에 의해 깨지면 계란 후라이가 되는 법이다. 디지털 산업 문명을 우리 스스로 개척하지 못하고 타국에 의해 받아 들여 질 때 훗날 어떤 수모와 대가를 치룰 지는 이미 역사가 가르치고 있다.

세계은행(WB)은 한국에서 올해 태어난 아이들은 18년 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우수한 인재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언젠가 이 아이들이 혹시나 ‘쇄국정책의 우’를 범한 대원군과 디지털 산업 문명의 개방에 저항한 우리 세대를 동일시하지나 않을지 염려 된다. 김해뉴스 강한균 인제대학교 명예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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