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신공항 주민간담회에서 주민대표들이 국토부 관계자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토부 주민간담회 3번째 파행
대책위, 소음·안전 조사 요구
정부, '사업 추진' 입장 고수


 
김해시 주민대표와 김해시의회가 실효성 있는 소음·안전 대책이 나오기 전까지 김해신공항 기본계획 용역·전략환경영향평가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마련한 주민간담회가 잇따라 파행을 겪었다. 국토교통부는 간담회 파행 이후에도 중단 없이 신공항 관련 행정절차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주민 반발이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김해시, 김해시의회 신공항 조사특위, 김해신공항건설반대대책위, 김해신공항백지화시민대책위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달 28일 부원동주민센터에서 '김해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관련 주민간담회'를 진행했다. 하지만 간담회는 시작 1시간 10분 만에 중단됐다. 국토교통부가 준비해 온 내용이 빈약해 김해시민의 소음 피해, 안전성에 대한 불신을 희석시키기엔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주민간담회가 파행을 겪은 후에도 국토교통부는 '선 행정절차 추진, 후 전문가 검증'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구본환 항공정책실장은 지난 1일 김해뉴스와의 통화에서 "행정절차 중단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이 문제를 감성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과학적, 기술적 기준으로 접근하고 토론해야 한다. 전문가 그룹들이 심도 있게 논의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본계획 용역 결과가 내년 8월 발표 예정이지만 전문가 그룹의 검증과 토론 과정이 진행되면 조금 연기될 수 있다. 기본계획이 바로 기본설계는 아니다.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ADPi)의 사전용역에 문제가 없었는지 짚어 보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류경화 김해신공항건설반대위원장은 "기본계획이 중단되지 않는 한 대화는 있을 수 없다. 당장 단식, 시위 등 무리를 해서 대응은 하지 않겠지만 (국토교통부와) 의견을 좁히고 난 상태에서 (대화창구에서)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간담회는 국토교통부와 김해시민의 입장차가 얼마나 큰 지 확인한 자리였다. 주민대표와 신공항특위 위원 들은 작심한 듯 신공항 반대 팻말을 준비해 왔다. 허성곤 김해시장, 배병돌 시의회 의장 등이 인사말을 마치자마자 책상에 '김해신공항 결사반대' 팻말을 펼치며 사업 거부의 뜻을 분명히 전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국토교통부가 ADPi 입지선정 용역에 제시된 김해공항 관련 내용을 공개했지만 오히려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국토교통부는 사전타당성조사 보고의 '장애물 평가표면 검토', '소음관련 분석 결과' 등 5페이지 분량을 발췌해 공개했다. 하지만 자료가 빈약하고, 관계자의 추가 설명도 미흡해 참석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특히 국토부 관계자가 "간담회를 준비하면서 ADPi 용역결과 가운데 김해신공항 소음, 안전 관련 영어원본을 급하게 번역해 왔다"고 밝히자 참석자들의 반응이 격앙됐다.
 
류경화 위원장은 "ADPi 사전타당성 분석 자료는 오늘 처음 본 것이다. 그동안 그렇게 요구했던 자료를 받는 데 1년이 걸렸다. 겨우 5장짜리 자료를 분석도 하지 않고 번역만 해 와서 주민을 만나러 온 것은 대화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그는 "주민과 진성성 있게 대화를 하려면 당장 김해신공항 건설 관련 행정절차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또다른 주민대표는 "그동안 국토부는 김해신공항의 소음, 안전에 큰 문제가 없다고 강조해왔다. 그런데 (간담회) 오는 중에 이 부분을 급하게 번역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어떻게 내용도 모르면서 사업을 추진하냐.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밀어붙이는 것은 김해시민이 용납할 수 없다"며 국토부 자료를 내팽개쳤다.
 
김해시의회 신공항 조사특위 김형수 위원장은 "김해시민은 신공항 입지를 결정한 ADPi의 용역을 믿지 않을 뿐 아니라 국토부의 지원방안과 대책이 와 닿지 않는다. ADPi의 사전타당성 조사를 전면 재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렇게 주민 대표와 특위 위원들이 국토부에 신공항 기본계획 용역 중단을 요구했지만 국토부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구본환 항공정책실장은 "국토연구원, 교통연구원 등 국책연구원과 협의해 김해시민이 요구하는 소음, 안전 관련 자료를 추가로 제공하겠다. 필요하다면 국토부와 시민들이 추천하는 전문가를 모셔 소음, 안전 관련 토론회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1시간 가량 진행된 간담회에서 허성곤 시장이 일정 문제로 자리를 뜨자 주민 대표, 시민단체 관계자들도 "더 이상 대화는 의미가 없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김해신공항 사업과 관련해 지난 8월 29일, 9월 12일에도 김해 시민을 대상으로 주민간담회를 진행했지만 사업개요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채 파행된 바 있다. 

김해뉴스 /심재훈 기자 cyc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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