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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문학관을 만들자편집국에서
  • 수정 2018.10.02 16:47
  • 게재 2018.10.02 16:10
  • 호수 391
  • 19면
  • 정순형 선임기자(junsh@gimhaenews.co.kr)
▲ 정순형 선임기자

들판에 바람이 부는 가을.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 삶의 여백을 즐기고 싶을 때는 문학관을 찾아가자. 그곳에 가면 텅 빈 가슴을 채워주는 시인과 작가의 목소리가 있다. 솔내음보다 진한 문학의 향기를 따라서 걷는 오솔길. 그 길을 따라 걷다보면 시인의 마을이 있다. 작가가 꿈을 키우던 마음의 고향이 반겨준다. 한때 문학청년을 꿈꾸던 보통사람의 안식처. 영혼이 살찌는 특이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바다가 그리울 때는 쪽빛 한려수도가 펼쳐지는 통영으로 가자. 그곳에는 "저 푸른 해원을 향하며 노스텔지어의 손수건"을 노래했던 시인 유치환을 소개하는 청마문학관이 있다. 청마가 여류 시조시인 이영도와 연애편지를 주고받았던 사연은 덤으로 기록되어 있는 곳이다. 
 
근현대사로 이어지는 민족의 수난사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민초들의 한을 그려낸 토지의 작가 박경리를 만나고 싶으면 통영 앞바다를 내려다보는 산양면 일주도로를 따라가면 된다. "거세당한 사마천이 천형을 극복하듯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소설을 썼다"는 작가 박경리를 소개하는 문학관. 6·25 전쟁 때 남편과 아들을 잃고 하나밖에 없는 사위마저 사형 선고를 받는 아픔을 운명처럼 받아들였던 여류소설가. 위암 수술을 끝내고 퇴원한 그날부터 복대를 감은 몸으로 대표작 '토지'를 썼다는 작가의 숨결이 배어 있는 문학관에 가면 고개가 숙어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단풍이 보고 싶다면 소설 '지리산'의 작가 이병주가 기다리는 하동군으로 가면 된다. 일제강점기엔 학도병으로 전쟁터에 끌려나갔고, 8·15 광복 후엔 좌우 이념대립에 시달리다 6·25 전쟁 때는 가까운 친구들이 꽃잎처럼 쓰러져가는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았던 지리산. 그때 받은 충격을 기록으로 남기려다 무려 3년 6개월 동안 감옥 생활을 했던 작가를 만날 수 있는 이병주문학관. 그곳에 최근 전 세계가 지켜보는 한반도 비핵화협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정립해 간다면 뜻밖의 수확이다.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면 인근 마산문학관을 찾아가는 것도 좋다. "내 고향 남쪽 바다~"를 노래했던 가고파의 시인 이은상을 비롯해서 창원이 낳은 문인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문학관. 마산 앞바다를 내려다보는 언덕을 따라 노산길을 걸으면서 사색의 바다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싶으면 도시철도로 타고 부산 금정구에 있는 김정한문학관을 찾아서 "사람답게 살아가라!"던 작가의 일갈을 들어보는 것도 좋다. 더 가깝게는 부산 동래구에 있는 이주홍문학관을 찾아가도 된다. 1920년대 카프문학으로 출발했다가 8·15 광복 이후 좌파 문인들과 결별하고 동화와 동시에 빠져들어 아동문학의 선구자로 자리매김했던 작가의 일대기가 한편의 드라마 처럼 펼쳐지는 곳이다.  
 
이처럼 기초 지자체마다 '영혼의 쉼터'와 같은 문학관이 마련되어 있는 시대에 '가야 왕도' 김해에는 왜 시민들이 쉬어 갈 문학관이 없는 것일까. 
 
소설가 김원일을 비롯해서 걸출한 문인들을 줄줄이 배출한 도시. 작가 최인호가 집필한 소설 '제4의 제국'의 무대가 될 만큼 '문화적 뿌리'가 깊은 김해에 문학관이 없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김해지역 문인들 사이에서 의견을 통일하지 못한 것이 그 이유라면 지금이라도 대화와 소통의 마당을 펼치면 된다. 중앙정부 심의를 통과하지 못한 것이 걸림돌이라면 지역 문화계와 정치권이 힘을 합치면 의외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다. 중요한 것은 김해 시민들의 의지다. "김해 문화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감성의 꽃밭을 만들자"는 목소리가 시민들 사이에서 터져 나올 그날을 기다린다. 김해뉴스 /정순형 선임기자 jun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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