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과 고흐를 동경했던 도예가 박용수 씨. 그의 공방은 진례면 담안리 21-2에 있다. '미다운도예'. 공방 앞에 서면 가장 먼저 가마가 보인다. 가마 옆에 공방과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소박한 전시공간인 작은 건물이 있다. 햇볕 잘 내리는 마당을 지나면 살림채가 있다. 올해 분청도자축제를 앞두고 축제 일정 살피랴, 작품 만들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
초등학교 시절, 그림대회에 나가기만 하면 상을 받았던 학생. 덕분에 매주 전체 조례 때마다 단상에 올라갔던 학생. 그 학생, 한정수는 설치미술가가 됐다. 어린 시절의 그를 기억하는 김해의 친구들은 말한다. "너는 당연히 이 길을 갈 줄 알았다"고. 한정수(45)의 작업장은 봉황동 백조아파트 6동 7라인 지하에 있다. 최근 전시회를 위해 작
민화(民畵)는 조선 후기에 발달한 그림이다. 대체로 민화를 그린 화가들이 밝혀지지 않은 점으로 미뤄 무명화가들이나 서민들이 그린 그림임을 짐작할 수 있다. 민화는 예술적인 감상보다는 생활공간을 장식하는 그림이었다. 따라서 민화에는 민중의 미적 감각과 소박한 정서가 배어 있다. 민중들이 복을 기원하는 마음과 미의식도 함께 담겨 있다. 조선 후기 서민층의 성장
"저녁 설거지 하고 여유로운 시간, 롯데 야구를 보며 혼자 신나 함성을 지르며 TV를 시청하는 신랑을 남겨두고, 딸래미랑 바람 쐬러 나왔다. 갈 곳을 정하지 않고 나온 길, 우연히 들른 이곳. 나보다 딸래미가 신났다. 계단 아래 작은 방이 아지트가 되었다. 엄마 안 찾고 노는 게 신기하다. 이렇게 일기 남길 시간도 주다니…. 재미난 쌀
운동회가 마을잔치였고 축제였던 시절, 노래를 잘 불렀던 한 소녀는 '스타'가 되곤 했다. 교장선생님이 소녀를 번쩍 안아 운동장 조례단상에 세워 놓으면, 소녀는 '도라지타령'과 '진도아리랑'을 부르곤 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사람들은 소녀의 소리 한 자락, 노래 한 대목에 감탄하며 박수를 보냈다. 소녀도 단상 위에서 노래를 하는 그 순간이 가
"차(茶)를 좋아합니다. 찻집을 열어볼까 했을 만큼…. 이토록 좋아하는 차와 가장 잘 어울리는 게 무엇일까 생각하다 나무를 떠올렸습니다. 그것이 서각, 목공예로 이어졌지요."서각가이며 목공예가인 장용호(51) 씨는, 조각도를 잡기 전에는 자신이 이 길을 가게 될 거라고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서각은 그에
"한겨울에도 마루에서 잡니다." 자연치유가 박정덕(70) 양신생활원 원장이 말했다. 춥지 않느냐고 물었다. 박 원장은 마루 아래 잔디밭을 가리켰다. "저 잔디도, 저 나무도 한겨울을 저 상태로 견딥니다." 순간, 뭔가로 정수리를 딱! 하고 얻어맞는 느낌이었다. 박 원장은 또 말했다. "심는대로 거둔다는 말이 있지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 '사군자(四君子)'이다. 다들 알고 있다. 그러나 '십군자(十君子)'를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사군자나 십군자는 생태적 속성이 고결한 식물을 덕과 학식을 갖춘 군자에 비유한 것이다. 사군자 즉, 이른 봄 추위 속에서 꽃을 피우는 매화, 깊은 산중에서 멀리까지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난초, 늦은 가을 첫 추위를 이겨내며
주촌면 농소리 농소마을 입구에서 마을 안쪽을 바라보면 연초록 잎이 무성한 나무 한 그루가 보인다. 멀리서 보았는데도, 그 품새가 넉넉한 것이 마음까지 푸근해진다. 그 나무에 반해, 수필가 박경용(74) 씨는 농소마을에 집을 구했다. 하루에 한번쯤 들러 책도 읽고, 생각도 정리하는 공간이다. 그가 이끌고 있는 '벨라회(vella, 2001년 9월 창단된 문
쪽, 양파껍질, 연지, 오미자, 오배자, 울금, 익모초, 치자, 홍화, 감국, 계피, 꼭두서니, 댓잎, 메리골드…. 꽃이든, 나무뿌리든, 풀잎이든 식물은 모두 본래의 색을 가지고 있다. 자연적으로 색을 가지고 있는 식물은 모두 천연염색의 재료, 염재가 된다. 우리 민족이 천연염색에 사용해 온 염재는 200여 종이 넘는다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
흙이 없으면 식물은 성장할 수 없다. 흙은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는 물과 공기만큼 중요한 것이다. 흙은 인류가 촌락을 이루며 살기 시작한 1만 년 전부터 주거공간을 위한 주된 재료였다. 인류는 생활필수품인 그릇을 흙으로 만들었고, 염원과 기원을 담아 신과 인간의 형상을 한 토우도 빚었다. 흙으로 빚고 불로 구워낸 그릇과 토우, 지붕을 장식한 기와는 인류의 역
가을 추수가 끝나면 부지런한 농부들은 나락 갈무리를 끝낸 뒤, 햇볏짚으로 초가지붕을 새로 이었다. 새끼줄도 미리미리 꼬아두었다. 굵기도 여러 종류였다. 그 새끼줄로 짚신을 만들고, 맷방석을 엮고, 멍석을 짜고, 곡물 씨앗 보관용 씨오쟁이를 만들었다. 이처럼 벼농사를 지었던 우리 민족에게 추수가 끝난 뒤의 짚이나 산과 들에서 구할 수 있는 풀들은 생활용품을